[풀뿌리 논평]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18.04.10)

[풀뿌리 논평]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과거에, 머리 위로 들리는 굉음과 함께 지나가는 헬기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번쯤 “또 어떤 높으신 양반이 지나가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 헬기 소리를 듣는다면 “저 헬기에서는 이국종 교수처럼 훌륭한 의사가 응급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지금은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해진 응급의료 전용헬기, 일명 닥터헬기 얘기다. 우리지역 충남에도 2016년부터 이 닥터헬기가 운영되고 있으며(단국대 병원이 거점병원임) 지금까지 600여명의 응급환자를 이송하면서 지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얼마 전 이 좋은 시스템을 두고도 제때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일 서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가 서산의료원에 도착했고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닥터헬기로 환자 이송이 결정됐다. 헬기 착륙이 가능한 서산종합운동장에서 환자가 탑승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서산시는 8일로 예정된 마라톤대회 준비 때문에 헬기 착륙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고 결국 환자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면천의 학교 운동장에서 헬기를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 환자는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환자의 가족은 정말 헬기 착륙이 불가능했는지 7일 종합운동장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서산시의 행정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결국 서산시 관계자와 이완섭 시장이 나서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단 사과했으니 되었다고 하기에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사과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서산시 관계자는 당시 마라톤 준비를 위한 장비를 실은 차량들이 운동장 안에 있었고, 여러 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하면서 직원이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하여 헬기 착륙이 가능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헬기 착륙 시 더 큰 위험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었다면 헬기 착륙을 불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합당한 판단이었다고 얘기하면 될 일이다. 반대로 번거로움이나 수고스러움, 약간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정도였고 헬기 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착륙이 가능하도록 했어야 하며 그 부분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를 하고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변명에 직원의 유연성 운운하는 것은 당장 눈앞의 책임과 시민들의 비판을 모면해 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8일 늦은 오후 sns를 통해 밝힌 이완섭 시장의 유감 표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이라는 말은, 안타깝긴 하지만 그 원인을 파고들면 서산시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완섭 시장의 이 사과가 더욱 진정성 없게 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이완섭 시장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일에 대해 보인 태도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서산시 개발과 발전전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대산화학공단에서의 사고들과 공장증설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역민들의 고통, 세계적으로도 손꼽히게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쓰레기 소각장과 산업폐기물 매립장 문제 등 기업과 일부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해왔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수나 판단미스, 유연성 부족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본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일까, 이완섭 시장은 닥터헬기 전용 착륙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의 면피용 발언이 아니라고 한다면 언제까지 어느 곳에, 어떻게 건설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 어렵다면 그러한 계획을 함께 논의할 전문가들이나 시민들과의 소통과 논의 창구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문제가 좋은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가치관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라면 헬기 전용 착륙장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완섭 시장과 서산시 공무원들은 그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성숙한 서산 시민들은 그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약간의 수고로움이나 고통을 분담할 자세가 언제든 갖추어져 있다. 서산시는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믿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2018.4.16. 서산풀뿌리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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